평화교재 6과 타인의 유익을 생각하는 배려
섹션1. 배려
1998년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사람의 침에 있는 면역항체를 연구하고 있던 연구팀은 하버드대 학생 132명의 항체 수치를 확인한 후, 사랑과 배려를 실천한 테레사 수녀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학생들의 면역항체 수치가 50%나 증가했다. 선한 행동을 보거나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면역력이 높아지는 이 반응을 ‘마더 테레사 효과’라고 부른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배려가 개인의 사회적 성공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경영학석사(MBA) 과정에서 우수 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 “당신이 성공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93%가 능력이나 인맥 등이 아닌 (배려심 있는) 매너라고 답했다. 배려의 덕목은 자신의 기분을 좋게 하고 건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하는 사회적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인류는 배려와 협업을 통해 생존하고 사회를 형성하며 번영해왔다. 개인과 집단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배려의 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사회는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섹션2. 배려와 평화
국제노동기구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5~14세까지 약 1억 5,200만 명의 아동이 노동 현장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어린이의 약 1⁄10을 차지한다. 코발트는 핸드폰, 노트북, 전기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원료로 사용되는데, 문제는 아직도 많은 아동 노동자들이 아프리카 코발트 광산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BBC 방송국의 보도에 따르면 코발트 광산 붕괴로 산 채로 매장되거나 부상당한 어린이들도 있다. 이런 문제들의 발단은 아동에 대한 사회적 배려의 부재에 있다. 아동들은 아직 자신을 온전히 지킬 수 없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때이므로 어른으로부터 지도와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시기이다. 아이들에게는 외적, 내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안정된 가정환경과 사회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 아동에 대한 배려는 다음 세대의 번영과 평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섹션3. 나로부터 시작하는 배려와 평화
기독교 성경을 보면, 강도를 만나서 거의 죽게 된 한 유대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종교지도자와 또 다른 유대인은 쓰러진 사람을 돕지 않고 지나가지만, 유대인들에게 천대받던 사마리아인은 그 사람을 불쌍히 여겨 상처를 치료해주고 주막으로 데려가 돌봐준다. 여기서 유래한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는 단어는 통상 ‘이웃을 돕는 선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1978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이자 사회 심리학자인 존 달리는 대니얼 뱃슨과 함께 신학생을 상대로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신학생 중 절반에게는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설교 주제로 주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자유 주제를 주었다. 그리고 이들이 설교하러 가는 길 한쪽에 강도에게 습격당한 듯 보이는 사람이 쓰러져 있는 연기를 했다.
과연 선한 사마리아인 설교를 준비한 신학생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쓰러진 사람을 더 많이 도왔을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설교 주제와는 무관하게 설교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많았던 신학생은 63%가 쓰러진 사람을 도왔고, 설교 시간에 이미 늦었다고 알려준 신학생은 10%만이 도움을 주었다. 자신이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설교하러 가면서도 정작 바쁠 때는 눈앞에 쓰러진 사람을 도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배려는 지식으로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감사, 용서 등은 타인을 위한 일이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만 감사하고 용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배려는 타인의 유익을 구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만 배려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누군가가 나에게 배려해주었다고 말하는데, 나는 배려를 받았다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해보자. 마음속으로만 한 배려는 이와 같다. 선한 사마리아인은 마음으로 배려하는 사람이 아닌 행동으로 배려하는 사람이다.
사람은 생존을 위해 저마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타인의 유익을 생각하고 배려한다. 배려는 개인의 건강과 사회적 성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배려로 나눈 따뜻한 존중과 유대감은 인류 사회를 지속가능한 협력 공동체로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배려는 사랑과 평화를 실천하는 기본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배려는 무엇보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배려를 받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려는 상대방과의 상호작용 안에서 일어나며, 배려의 일차적 목적은 상대방의 유익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배려는 자칫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거나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반대로 적절한 배려는 개인 간 신뢰 형성과 호혜적인 선순환을 일으키고, 공동체의 유대감 강화와 평화문화 정착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기심과 불신을 이기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은 그 자체로 평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