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교재 9과 웃어른에 대한 예의
섹션 1. 부모에 대한 예의
시대, 지역, 문화적 차이를 초월해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하는 것은 모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다. 자녀를 낳아 기르는 부모의 수고에 대해서 미국 작가 헬렌 스타이너 라이스는 “어머니의 사랑은 아무도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깊은 헌신과 희생과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표현했다. 부모의 내리사랑은 동물의 세계에도 존재하지만, 부모가 베푼 사랑과 은혜를 기억했다가 갚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특징이다. 이렇게 부모에게 은혜를 갚으려는 마음을 효심(孝心)이라고 한다. 그리스는 고대부터 노인과 부모를 공경하는 문화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고대 델포이에서는 부모를 돌보지 않은 사람은 감옥에 갇혔다. 아테네서는 부모나 조부모를 등한시 한 사람에게는 벌금을 부과하고 일부 시민권을 박탈하기도 했다. “노인들의 말은 무게가 무겁다.”, “부모를 공경하는 사람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그리스 속담은 뿌리 깊은 부모와 노인 공경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부모는 자녀에게 보답을 기대하고 희생한 것이 아니다. 자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헌신하고 희생한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를 공경하는 최고의 방법은 부모가 자녀를 사랑한 것처럼 자녀도 부모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부모는 진심이 아닌 형식적인 효도를 원하지 않는다. 큰일이 아니더라도 자주 대화하기, 조언 구하기, 감사 표현하기 등의 작은 행동으로도 얼마든지 부모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부모는 자녀가 서툴더라도 진심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나누기를 원한다. 부모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이 바로 자녀의 사랑이다.
섹션 2. 스승에 대한 예의
스승은 지식과 기술의 전수자일 뿐 아니라 학생의 인성과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서 인류 역사와 문명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인 칼 융은 교사의 중요성에 대해 “훌륭한 선생님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인간의 감정을 만져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커리큘럼은 매우 필요한 원재료이지만, 따뜻함은 성장하는 식물과 어린이의 영혼에 필수적인 요소이다.”고 말했다. 스승은 애정과 관심으로 학생들을 돌보고, 지적, 정서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며, 잘못을 고쳐주고 올바른 길로 안내한다. 자녀가 전인적 인격을 갖춘 사회 구성원이 되기까지 부모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모가 미처 다 할 수 없는 자녀의 양육과 교육을 전문적으로 돕고 함께 책임지는 ‘제2의 부모’가 바로 스승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모를 공경하듯, 스승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스승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2015년 4월 대한민국 교사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교사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 1위는 ‘학생과 마음이 통한다고 느낄 때(73.1%)’, 2위는 ‘수업을 잘했다고 느낄 때(20.5%)’라는 응답 결과가 나왔다. ‘행정업무를 잘했을 때’라는 답변은 1.7%에 불과했다. 설문 결과는 교사의 주된 관심사가 업무가 아닌 ‘학생과 소통하고 가르치는 일’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스승의 은혜에 대한 가장 큰 보답은 스승의 가르침을 잘 배워 사회에 필요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스승을 자주 찾아뵙고 마음을 나누고, 편지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섹션 3. 예의와 평화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도 간혹 무례한 언행과 태도는 다툼의 원인이 된다. 반대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예의 있는 태도는 일촉즉발의 갈등을 해결하기도 한다. 크리스틴 피어슨 교수와 크리스틴 포래스의 저서 <무례함의 비용>에 의하면 무례한 행동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개인, 조직, 사회에 훨씬 큰 피해를 준다. 저자 피어슨이 17개국 800여 명의 사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무례함을 당한 사람의 47%는 고의로 노동 시간을 단축했고, 63%는 가해자를 회피하느라 노동 시간을 허비했으며, 66%는 실적이 하락했다. 심지어 12%는 무례한 언행을 견디다 못해 사직했다. 추가적인 연구에 의하면 개인이 무례함을 자주 당하면 사고력이 저하되고, 스트레스로 인해 각종 질병의 발병 확률까지 높아진다.
공자는 기원전 5~6세기에 활동한 중국의 사상가로, 동아시아의 학문적, 사상적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하지만 공자가 살았던 시대는 결코 절대 평화롭지 않았다. 이른바 춘추 시대로 불리는 약 2,500년 전의 중국은 여러 개의 나라로 갈라져 전쟁이 끊이지 않고, 사회 질서가 무너진 대혼란기였다. 권력을 잡기 위해 신하가 임금을 죽이고, 재산을 차지하려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며, 관리는 백성을 수탈하고 착취하는 일이 빈번했다. 불법과 폭력이 만연하고 인간성을 상실한 어두운 시기였다. 이렇게 암울한 세태 속에서 공자의 이상은 올바르고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공자는 무너진 국가와 사회의 질서를 세우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력으로는 폭력의 시대를 끝낼 수 없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도덕 정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자의 가르침의 핵심은 ‘인(仁)’이다. 인은 ‘사랑’ 또는 ‘사람다움’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즉,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인이며, 이를 평화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바탕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예(禮)’는 인의 표현이라고 보았다. ‘예’란 부모에게는 효를 다하고, 스승에게는 존경을 표현하며, 백성에게는 덕망을 쌓는 것이다. 인과 예를 통해 평화의 세계를 실현하는 순서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이다. 먼저 자기 자신과 가족을 사랑하고, 그 사랑이 흘러 국가로, 세계로, 나아가 동식물에까지 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인과 예를 바탕으로 인간관계의 질서가 형성되면, 자연스레 미움과 폭력은 사라지고, 천하는 평화롭게 될 것으로 보았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기를 원한다. 반대로 상대방에게 무시나 모욕을 당하면 적대감과 복수심이 생기고, 이는 종종 폭력의 원인이 된다. 요즘 뉴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사소한 욕설에서 시작한 폭행이나 살인 사건 등이 이러한 사례이다. 이런 사례는 집단이나 민족, 국가 간에도 발생한다. 그러므로 불필요한 폭력을 방지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예의가 필요하다. 예의는 상대방에게 사랑과 존중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인류에게 꼭 필요한 평화문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