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위한 종교지도자들의 행보
HWPL에는 많은 국가의 다양한 종교지도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HWPL 평화의 사자들 가운데 약 17%를 차지한다. 종교지도자들이 가장 힘쓰고 있는 분야는 단연 종교평화를 이루기 위한 종교연합사무실의 경서비교토론회이다. 2014년 10월 미국 어바인에서 처음 개설된 종교연합사무실은 현재 129개 국가에 253개소가 있고, 각 개소에서 매월 1회 이상의 경서비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 종교 간 이해를 높이고 평화문화를 전파하기 위하여 종교평화캠프와 각종 교육 세미나 등이 진행되고 있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근래 유례없이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백신과 치료약으로 많은 전염병을 극복해 왔던 사람들은 감염력 높은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백신도 없는 두려운 상황에 맞닥뜨렸다. 그러한 가운데 가까운 가족, 이웃, 친구를 잃기도 하고 위축된 경제활동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은 HWPL 종교지도자들의 평화활동의 모습에도 영향을 주었다. 종교연합사무실, 종교평화캠프 등 모든 평화활동은 온라인에서 언택트로 이루어졌고, 실의에 빠진 이웃들을 돕고 위로하는 활동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2020년 한 해 동안 HWPL은 팬데믹의 종식과 지구촌의 각종 위기 극복을 위한 27회의 크고 작은 온라인 기도회를 개최하였고 총 92개국 36개의 종단에서 522명의 종교지도자가 참석하였다. 특히 12월 14일에는 ‘더 밝은 2021년을 위한 소망과 기도’라는 제목으로 58명의 종교지도자가 모인 전 지부 연합기도회가 있었고, 29개 종단을 대표하여 11명의 종교 지도자들이 각 종교의 전통에 따라 기도를 인도하였으며 그 자리에 모인 평화의 가족들은 한마음으로 같이 기도하였다.
참석자 마르셀 안드레스 탕길란 필리핀 녹스 연합 감리교회 담임목사는 “코로나를 끝내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이 하나 된 것은 승리를 의미한다. 저는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오늘 밤 우리의 기도를 들으실 것이라고 확신한다. 각 종교지도자들 사이의 장벽은 HWPL의 평화활동으로 인해 사라졌다.”라고 전했다. 또한 노르웨이의 수밋 쿠마르 몬가 힌두 사나탄 만디르 위원회 위원은 “서로 다른 믿음과 신앙을 하는 각 종교지도자들이 하나 되어 선한 마음으로 한곳에 모여 모두 기도하며 노래하는 모습이 ‘우리는 하나’라는 HWPL의 슬로건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종교와 종파를 초월하여 지구촌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수백 명의 종교지도자들이 기도회로 모인 것은 팬데믹 시대를 맞아 HWPL 평화활동의 새로운 한 모습이 되었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일 수밖에 없는 종교평화캠프는 사실상 진행되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큰 어려움이라도 종교평화문화를 시민사회 곳곳에 전달하고자 하는 HWPL 평화의 사자들의 열정을 꺾지는 못하였다. 2020년 7월 5일 인도에서는 뭄바이 온라인 종교평화캠프에 종교지도자들과 종교인 청년들이 모여 각자의 종교의 문화와 사상, 역사 등을 서로 알려주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종교평화를 이루기 위한 논의를 하였다. 종교평화캠프는 국가와 참여하는 종교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과 특징을 갖고 진행된다.
이번 인도 종교평화캠프에는 인도 여러 도시에서 약 100여 명의 청년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하여 ‘종교 이해’라는 주제로 종교를 따르는 목적에 대해, 그리고 평화와 사회적 단합을 달성하는 데 있어 종교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이캄 울림 재단의 고대 경서 연구 책임자인 카미니 고그리 박사는 그의 연설 가운데 “종교를 이해하는 것은 시대에 따라 진화한 사고의 과정을 이해하고 깨닫는 것이다. 차이점을 인식하고 존중하는 것은 가치 있는 재능이다.”라고 차이점 인식과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델리 내비게이터에서 사역중인 데비드 제슈후 목사는 “종교적 갈등과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종교 이해에 기반한 해결책을 찾아야 하며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라고 종교 이해를 기반한 해결책을 강조하였다.
종교연합사무실은 종교지도자 및 학자들의 경서비교연구를 통해 종교화합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이루고자 시작되었다. 2014년 첫 개설 이래로 종교연합사무실의 경서비교모임은 현재까지 1만여 회가 넘게 열렸다. 경서비교연구를 하는 이유는 피상적인 이해와 표면적인 친분의 화합을 넘어서 쉽게 깨지지 않는 견고한, 차원 높은 화합을 이뤄내기 위함이다.
종교의 핵심인 교리에 대하여 서로 이해하고 무지에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과 배타심을 낮추며, 강요와 강제적인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각 경서를 바탕으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진리를 추구해 나간다. 이를 통해 세상 모든 종교의 공통적 가르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속적 평화 달성이라는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종교연합사무실에서 주로 다뤄지는 주제는 천지 만물, 사람의 시초, 창조, 말세, 경서, 종교, 역사, 비유, 주요 인물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것들이다.
여기에서 2020년 9월과 10월에 걸쳐 ‘경서 속의 비유적 언어’라는 주제로 진행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종교연합사무실의 경서비교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당신의 경서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고 있는 내용 또는 가르침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4명의 종교지도자들은 다음과 같이 답을 하였다.
(순니 이슬람) 아만 은티야 인사는 꾸란의 가르침은 크고 분명하여 꾸란 경서 자체에는 오해가 있을 것이 없으나, 사람들이 오해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주로 경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나님이 그대에게 분명한 징표를 보냈으니 이단자들 외에는 이를 불신하지 않으리라” -꾸란2:99-
(불교) 은고덥 도지 인사는 ‘공(空)’의 개념은 불교의 중심적인 가르침이지만 그 의미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오해를 받는다며, 공은 존재의 완전한 부정이 아니라고 하였다. 무언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허무주의적 의미가 아니며, ‘사물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자기인지 방식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하였다. 달라이 라마의 책 ‘반야심경’에서는 공에 대해 “사물이나 사건의 진정한 본질”이라고 설명하지만 “공이 절대적 현실이거나 독립적인 진리라는 오해를 피하라”고 경고하는데 이는 ‘공’이 이 세상의 비애와 슬픔에서 분리된 천국이나 어떤 세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힌두교) 키리트브하이 아찰야 인사는 힌두교 신들에게 많은 머리와 손이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이유는 신들의 힘과 능력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며, 각각은 어떠한 특성이나 가치성을 나타내므로 그 상징적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어머니 ‘락스미’의 네 손은 힌두 문화에 중요한 인간 생활의 네 가지 측면, 즉 다르마(의무), 카르마(욕망), 아르타(목적), 모크샤(해방)를 나타낸다.
(개신교) 윌슨 완다완다 인사는 성경의 비유는 종종 오해를 사곤 하는데 이러한 예시로 ‘씨’가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종종 ‘돈’으로 오해를 받으며, 이에 따라서 ‘번성’의 개념을 홍보하는데 자주 사용되고 이로 인해 기독교는 ‘번성’의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누가복음 8장 11절에 씨는 분명히 하나님의 말씀을 상징하고 있다. “이 비유는 이러하니라. 씨는 하나님의 말씀이요.” -눅8:11-
이 세계는 아직 전쟁이 발발하기도 하고, 어느 국가에서는 자유를 억압받기도 하며,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함께 고통을 겪기도 하는 등 불완전한 모습이다. 평화가 이루어진 이상적인 세상은 일견 너무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나 구도의 길을 걸으며 자신에게 속한 신자들을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종교지도자들은 평화의 길 가운데 놓인 장애물 앞에서도 쉽사리 포기하고 물러서지 않는 듯하다. 이러한 종교지도자들의 활동의 결과는 HWPL 평화행보의 한 축을 빛나게 밝혀왔다. 그리고 그 빛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