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통한 종교 간 신뢰 구축
명안스님 한국불교여래종 총무원장
평화를 사랑하는 평화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불교여래종 총무원장 명안입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도 앞서 일하고 계시는 HWPL의 귀한 행사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불교 인연경에 보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데, 평화를 위해 한 가족이 된 우리는 그 인연이 더 대단한 것 같습니다. 오랜 칠천 겁의 인연으로 맺어졌다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평화가 이루어지겠는가 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 사랑과 자비, 평화를 위해 일하고 있는 종교지도자들조차 말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있어 세계평화와 남북통일은 너무 당연하고 또 마땅히 이뤄야 할 일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한국불교여래종의 창종주 되신 인왕대사님께 평화에 대한 염원을 늘 듣고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인왕대사님은 이만희 HWPL 대표님처럼 6.25 참전용사셨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셨고 언제나 행함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지구촌 한 가족’을 천명하시고 ‘공생 공영 공존’을 설법하셨으며, 일붕 서경보스님과 함께 세계평화와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비석을 곳곳에 세우셨습니다. 이에 여래 종단 모두는 그 뜻을 받들어 오래전부터 세계평화와 남북통일을 위해 기도해 왔습니다.
그런 마음의 끈이 이어졌나 봅니다. 이게 바로 진짜 귀한 인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쟁없는 평화 세계를 후대에 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90세가 넘는 고령의 연세에도 쉼 없이 일하시는 이 대표님의 모습은 인왕대사님을 생각하게 했고, 그 뜻을 좇아 기쁘게 동참하고 있는 HWPL 가족들은 여래 종단과 하나처럼 느껴졌습니다. 평화 안에서 하나 된 가족 같았습니다.
부족하나마 저는 지금 HWPL의 많은 활동 중에서 종교연합사무실 경서비교토론회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이슬람, 기독교 패널과 함께 토론회를 40회나 했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종단 안에서도 하나 되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서로 다른 종교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평화를 이뤄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해 갈수록 이 대표님께서 왜 경서비교토론회를 만드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슬람에 대해, 기독교에 대해 솔직히 편견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경서를 토대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오해했던 부분이 얼마나 많았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기독교와 이슬람 역시 불교처럼 사랑과 자비, 평화를 실천하는 곳이었습니다. 또 이 대표님이 지향하는 세계평화와 전쟁종식은 불교가 갖는 보살 사상의 의미와 같았습니다. 이제 저에게 토론회 패널들은 더 이상은 이슬람 이맘도 기독교 목사도 아닙니다. 이제는 아들 같고, 조카, 형제 같습니다. 남이었던 사이도 가족이 될 수 있구나 하고 새삼 느꼈습니다.
얼마 전 토론회에서 대구에서 있었던 이슬람 사원 건축 문제로 벌어진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제가 먼저 도와주고 싶다는 말을 하게 됐고, 또 목사님은 기독교를 대신해서 사과한다는 말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그런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지금 지구촌은 종교 간에 많은 분쟁과 핍박,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종교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신의 것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서비교토론회에 많은 종교인이 참석한다면 어떨까요? 저에게 있어진 변화가 참석하는 모든 이들에게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단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자리가 많아지니 하나가 되고 다툼이 없는 평화의 세상이 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토론회를 통해 느끼고 깨달은 것을 실천하기 위해 제가 몸담고 있는 사찰인 옥천 대약사사에서 작게나마 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 5월에 개최한 ‘종교인과 시민이 함께 하는 평화기원행사’ 인데 100여 분이 참석해서 바람개비에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도 담아보고, 멋진 공연도 하고 여러모로 뜻깊은 시간이 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참여하고 있는 토론회도 직접 보여드렸는데, 그때 참석했던 스님 한 분이 자신도 토론회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난 40회 차 토론회에도 한 목사님이 참관하셨는데, 그분 역시도 이런 화합의 자리에 놀라워했고 토론회에 참여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지난 연말에는 함께 하는 패널분들, 종교인사들, HWPL 회원들과 함께 대전시 유성구에서 불우이웃돕기 일일 찻집을 열었고, 대전시 서구청장도 기부식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HWPL과 함께 인왕대사님의 뜻을 더욱 실천할 수 있어 행복하고, 저의 행함이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앞으로도 HWPL의 많은 행사에 함께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 5월에 했던 평화기원행사도 올해 다시 계획하고 있습니다. 제2회 평화기원행사가 되겠죠. 100여 명으로 시작된 1회 행사보다 2회에는 2배, 3배, 10배 더 많은 사람이 평화를 이루기 위해 모일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더불어 저희 사찰인 대약사사에 종교연합사무실도 개설해 종교 간의 화합을 이뤄내는 데 대약사사가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이뤄갈 예정입니다.
현재 지구촌에는 크고 작은 전쟁들이 일어나고 있어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러한 전쟁은 현존하는 국제법으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HWPL은 국제법 전문가들과 함께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이룰 국제법이 되도록 ‘지구촌 전쟁종식 평화 선언문’(DPCW) 10조 38항을 공표하였고 오늘이 공표한 지 7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금도 평화의 사자들은 곳곳에서 DPCW 10조38항이 UN에 상정되어 채택되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DPCW에는 종교 간 분쟁 방지 및 종교평화문화를 촉진시키는 내용으로 ‘제8조 종교의 자유’와 ‘제9조 종교, 민족 정체성 그리고 평화’를 들 수 있는데, 참으로 획기적이라 생각하여 저도 종교지도자로서 DPCW를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HWPL의 평화활동 방향인 경서비교토론회, 전쟁종식을 위한 국제법제정, 평화교육 등의 일들은 아주 바람직하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꼭 필요한 제도이고 누군가는 이제 중심이 되어서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구촌 전쟁종식뿐만 아니라 종교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 DPCW 10조 38항이 반드시 상정되는데 평화가족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평화가족 여러분, 평화를 지향하는 HWPL 이 대표님의 뜻이 관철된다면, 종교는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세계평화와 인류의 구원이 이루어지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다 같이 평화의 사절단이 되어 종교 간에 소통과 화합을 하루속히 이룰 수 있도록 모두 함께 HWPL의 평화의 일에 동참합시다.
불경에,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탕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완전한 평화를 이루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 큰 소망과 자부심을 가지고 전쟁이 종식되고 세계평화가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HWPL과 하나 되어 평화의 세상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서 일합시다.
감사합니다.